지금 생각해보면 첫아이를 키우면서 그때는 뭐가 그렇게 늘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었을까 싶습니다. 아이입장에서도 세상에 처음 나온것이지만, 부모된 입장에서 저도 처음이라 서툴렀던 것이었는데 말이죠. 아마 잘하고 싶은데, 내마음처럼 잘되지 않으니까, 아기가 내가 생각한것처럼 반응해 주지 않으니까 그래서 더 당황했던것 같습니다.

첫아이때는 조금만 열이나고 보채기만 해도 늘 안절부절이었습니다. 아이가 아파 소아과에 가서도 나는 걱정이 심한데, 의사선생님은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는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고 생각하고는 했죠. 

심지어 그때는 아이가 하도 울어 '아기울음소리감별기'도 샀었답니다. 아기의 울음소리 패턴을 분석하여 배가고픈상태이 울음소리인지, 놀아달라는 울음소리인지, 졸립다는 울음소리인지 알려준다는 기계였습니다. 놀랍게도 우리아이는 90% 이상이 늘 배고픔으로 나와 기계가 고장난건 아닌가 했었답니다.


저는 첫아이를 낳고 6개월만에 회사에 복귀를 했었는데, 그래서 아이는 9시 전에 가정어린이집에 맡겨지고, 저녁5시 즈음에 할아버지께서 하원을 담당하셨습니다. 맞벌이였던 우리부부와 시부모님도 두분모두 일을 하셨기 때문에 그 중 가장 퇴근이 빨랐던 할아버지가 아이를 픽업하셨던 것이죠.

당시 6개월이었던 우리 아이는 잠에 취한채 어린이집에 가고,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저녁시간을 보낸 후, 8시가 다된 시간에 저나 남편의 품에 안겨 집으로 돌아오고는 했는데, 그시기의 아기가 그렇듯 거의 잠에 취해 있었습니다. 

눈을 뜨고 엄마 아빠와 놀고 싶을 시간에는 정작 부모가 옆에 없었던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직장생활을 계속해야 한다 생각했기에 우리 첫애는 쉼없이 보육시설에 맡겨졌습니다. 그렇게 우리아이는 생후 6개월부터 3살까지 가정어린이집을, 4살에는 민간어린이집을, 5살부터 지금까지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아이를 맡겨야 하는 상황에서 어차피 직장생활을 해야한다면 약한마음 접어두자 생각했었기에, 후회없이, 너무 아기가 어리다는 주변의 우려섞인 목소리도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참 매정했던 엄마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일찍부터 보육기관에 맡겨졌던 아이인데, 이상하리 만치 아이의 말이 트이지 않았습니다.

꼭 필요한 몇가지만 하더라구요. 이렇게 4살(만2세)가 되었습니다. 주위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애는 이런얘기를 한다, 저런표현을 한다 소식이 들리고는 하는데, 왜 우리아이는 말을 못할까? 아이에게 언어적 자극이 부족한걸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남편과 저는 점점 안달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시부모님께서는 우리 애들(남편과 남편의 사촌)이 원래 말을 늦게 텄으니 걱정말라고 하셨지만, 그것만으로 제마음이 안심되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집근처 아동발달센터에 상담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센터원장님이 몇마디 아이에게 묻고는 검사결과 아이의 언어수준이 많이 떨어진다고 말하더군요. 사실 아이의 상태를 확인해본 시간보다 원장이 제게 결과를 설명해준 시간이 훨씬 길었습니다. 언어가 늦으면 아이가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또래 친구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을 때, 친구에게 다가가 말이 통하지 않으면 밀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죠. 친구를 밀면 안된다는 얘기를 해줘도 언어이해력이 떨어지면 잘못된 행동을 고칠 수 없고, 공격적인 아이로 행동이 굳어 질 수 있다고 합니다.어차피 말이 늦어 도움을 받으러 방문한거 였기에 망설임 없이 언어치료 수업에 등록을 했습니다.

일주일에 1회 담당선생님과 1:1 수업을 40분가량 받고 10분정도 부모에게 그날의 수업에 대한 브리핑을 해줍니다. 상당히 많은 아이들이 발달치료 수업을 듣고 있더군요. 저처럼 걱정이 많은 엄마가 많은가봅니다.


아이의 지능은 언어영역과 비언어영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언어영역은 언어의 이해력과 표현력을, 비언어영역은 블럭놀이, 미로, 퍼즐등으로 지능에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비언어영역의 놀이수준이 높고, 언어이해력이 높으면 지능이 또래집단보다 높을 수 있다고 하네요.


그렇게 3개월 정도를 언어치료수업을 꾸준히 받고, 집에서도 수업에서 사용했던 비슷한 교재를 구비하여 아이와 놀이를 했습니다. 걱정했던 수준의 정도는 벗어난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된즈음, 우습게도 갑자기 엄마인 제 건강이 나빠져 직장을 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정도 수업이면 엄마가 집에서 해도 되겠다 싶어 언어치료를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로 7살이 된 우리 아이. 아직도 말이 늦냐구요?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결국은 엄마의 역할이 중요했던 것이었습니다. 옆팀직원의 아이는 엄마가 직장을 다녀도 문제가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아이에게는 엄마가 필요했던 거였습니다. 일하는 엄마로 아이가 잠든모습만을 보거나, 주말에만 올인해 놀아줬는데, 제가 놓친 부분이 놀이의 질을 생각치 않고 놀이의 양에만 집중을 했던 것 같습니다. 엄마가 얼마나 아이에게 집중을 해주고 자극을 주는지가 관건이었는데 말이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와 대화를 하는 시간도 늘고 상호작용도 많아지고, 책도 많이 읽어주게 되니 아이의 말은 폭풍적으로 놀게 된것이었습니다. 지금도 식구들은 말이늦어 발달센터에 보냈던 때를 회상하며 멀쩡한애를 괜히 바보취급했다고 얘기합니다. 이렇게 말이 많아질줄 모르고, '이젠 그만 얘기좀 해줄래?' 하며 아이의 입을 막는 경우도 생겼답니다.


부모된 입장에서 아이가 다른아이보다 뒤쳐진다 생각들면 불안하기 마련이죠.

그런데 아이가 늦다고 생각되면 우선 엄마의 기준이 높은건 아닌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또래아이 중 돋보이는 한명의 아이를 기준으로 해서 우리아이가 그애보다 못해서 불안하다가 아니고, 또래 10명을 놓고 우리아이가 그 중 어느정도가 되는지를 생각해 봐야 하는 것입니다. 

저 역시 첫아이가 늦다고 느껴졌을 때, 나도 육아에 대한 정보가 적기때문에 더 심하게 저의 기준을 들이댔던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잘하는 아이와 늘 비교하다보면 우리아이는 언제나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우리아이들 자존감을 높이는데 엄마들 무척 예민하잖아요?

엄마의 기준을 들이대며 비교하지 말고, 내 아이의 수준에 맞는 적정한 자극이 있는지 살펴보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래보다 늦은것 같다면 물론 발달센터의 도움을 받아야 겠죠.


언어발달치료의 경우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로 일정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언어발달 지원사업"은 언어발달진단서비스, 언어치료, 청능치료 등 언어재활서비스 및 독서지도, 놀이지도, 수화지도에 1회당 50분씩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쉽게말해 발달센터에서 받는 수업비용을 지원해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대상자는 소득수준과 가구원수를 비교하여 바우처금액이 차등적용 지원되는데, 전액을 지원받을 수도 있고 일부금액만 지원받고 차액은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수도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보건복지부나 가까운주민센터에 문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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