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TV에서 몇십년동안 썼던 가계부를 모아놓고 대단하다 박수받던 어느 아주머니가 떠오릅니다. 경제관념이 없던 소녀에게는 그게 그리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왜 그것이 박수받을일이었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엄마가 가계부를 쓰는 모습을 봐도 철없던 그시절에는 그걸 궁상맞다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덧 주부가되고, 남편이 벌어오는 월급만으로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는 지금은 가계부를 쓰는것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재테크에 관한 서적이나 자료를 읽다보면, 가정경제와 지출을 확인하는데 가계부를 쓰는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고 합니다. 부자가 되기위한 아주 기본적인 생활습관이라 일컫는 가계부쓰기는 내 자산현황를 파악하는데서 부터 시작합니다. 뭐 통장에 얼마가 들어있고 이런것 부터가 아닌, 월급이 들어오는데(혹은 들어왔는데), 그것을 한달 생활비로 사용하다보면 어떤때는 지나치게 많은 지출을 할 때도 있고, 어떤때는 다음달로 자금을 이월시키는 기특한 날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들을 작성하고 시각화를 하면 눈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어떻게 지출목표를 세워야 하는구나라는 계획이 잡힌다는 것입니다. 



'가계부 적는게 뭐 대수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막상 가계부를 쓴다는게 깜빡 잊고 지나치는 부분도 있고, 지출내역을 꼬박꼬박 쓰는것이 어느순간 귀찮아 지기도 합니다. 저 또한 2016년부터 영수증을 모으고, 가계부쓰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지금은 매우 간략하게 각카드사별 월말 지출액만 요약하여 수기로 작성하고, 누적된 지출금액으로 카드사별 소비패턴과 지출을 파악하는 정도로 요약되었습니다. 제가 가계부 쓰기를 요약하고 거의 포기하게 된 것은 가계부를 쓰는것이 내 지출을 파악하자는것이기는 하지만, 쓰다보니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수입은 한정되어 있는데, 아무리 아껴봐도 지출은 줄지 않고, 어느순간 가계부를 계속 써본다 한들 뭐가 달라질까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씀씀이를 파악하는데 있어서 반성의 시간은 있을 수 있지만, 반성을 넘어선 자괴감과 자책, 패배의식은 가질 필요가 없다고, 반성을 통한 목표의식만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지출이 큰 부분이 외식비용인지, 교육비인지, 또는 의류구입비인지, 하다못해 소득을 넘어선 보험료로 나가는지 씀씀이를 파악하고, 알맞은 소비와 지출을 계획하고자 함 입니다.

그럼 가계부를 어떻게 쓸까요?


1. 오늘부터 쓰자.

가계부를 쓰기위해서는 장기적인 목표나 단기적인 목적의식이 있으면 더욱 좋기만, 제 생각에는 일단 첫삽을 뜨고 오늘당장의 지출부터 작성하는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가계부를 써봐야지~'하면서 생각만 한다고 되는것은 아닙니다. 재테크관련 카페나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가계부 작성방법을 소개하고, 각자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노트에 수기가계부를 작성하기도 하고, 온라인이나 모바일 어플을 활용하여 작성을 하기도 하며, 카페회원들이 올려놓은 엑셀양식을 다운받아 쓰기도 합니다. 생각만 하지말고 오늘 당장 실천합시다.


2. 월간, 연간 지출점검을 해라.

지출을 결산하고 지출을 점검하는 것이 내 소비를 파악하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제가 그동안 작성했던 것처럼 뭉퉁그려 쓰기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겠네요. 한달의 지출금액확인차 카드사별 총이용금액만 가계부에 쓰고 있지만, 이용대금명세서는 우편으로 받고 있었는데, 이메일이나 모바일명세서보다 카드이용내역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지출을 파악하기 수월했기 때문입니다. KB카드 우편명세서에도 카드사에서 분석한 분야별이용현황이라고 해서 외식·공연·영화, 주유·자동차·보험, 항공·여행, 쇼핑·전자상거래로 지출을 정리해 주던데, 이처럼 지출전체를 파악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가계부를 제대로 써야 겠습니다.


3.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라.

돈이 들지 않는 버킷리스트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안타깝게도 보통의 하고싶은일 돈이 들기 마렵입니다. 생활비를 확인하고, 지출을 줄이는것이 어떤목적을 위한것인지를 작성합니다. 목표가 세워지면 돈을 절약하고 모으기가 조금 더 수월해 집니다. 당장 지금 사고싶은것을 못산다 해도, 그 돈을 아껴 더 큰 목표를 이룬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겠어요. 남편의 외벌이만으로는 사실 육아비용, 교육비, 대출이자와 임대료, 관리비만도 빠듯한 실정입니다. 일단 저희 목표는 구체적인 금액을 설정하여 여윳돈을 만들기로 잡아봤습니다. 


4. 중간에 포기하지 말자.

처음부터 너무 잘쓰려고 하다보면 지레 지쳐 포기할 수 있습니다. 또는 숙제처럼 여겨 하루이틀 지나치다 밀린 일기를 쓰듯 하면 결국 어떻게 될까요?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제대로 꾸준히 유지하기는 어려운 것이 가계부 쓰기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습관화하라고, 아직 습관이 길러지지 않았다면, 매일 같은시간 단 5분만이라도 써보라고 합니다.


객관적인 수치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가계부는 결국 나의 '거울'인 것입니다. 늘 쓰던 돈도 어느날은 괜시리 남들을 의식해서 쓰기도 하고, 1+1상품에 혹해 지출을 하기도 하는데, 가계부를 쓰고 지출을 파악하다보면, 쓸데없는 지출은 막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계부를 쓰면서 무조건 돈을 절약해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나보려 합니다. 그저 꾸준히 지속할 수 있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시작해보려 합니다.


제가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하게 된때는 대학교 4학년 2학기에 시점이었습니다. 디자인과의 특성상 전공교수님들께서 디자인회사를 운영하시던 분들이 몇분 계셨는데, 그 회사에서 처음 직장생활이라는 것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직장생활은 회사를 옮겨가면서도 거의 쉼없이 이어졌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서도 맞벌이 부부로 계속 생활했었습니다.

건강이 나빠지는 바람에 쉬게되지 않았으면, 아마 지금도 계속 일을 하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우스갯 소리로 남편은 저에게 "자긴 직장다니는것을 좋아하니까, 내가 집에서 육아와 살림을 할께."라는 말을 종종 했습니다. 심지어 나중에 아이학업문제로 해외에 나가게 된다면 본인이 나가서 아이들케어하겠다고, 저보고 기러기엄마를 하라고 하더군요.

그때당시 어쩔 수 없는 건강상의 문제였지만, 갑자기 결정된 것이라 당황스러웠습니다.


사실 맞벌이로 부부가 돈을 번다고 해도, 그만큼 지출이 많잖아요. 외식도 더 빈번히 하게되고, 조금만 필요한것 같으면 좀 더 서슴없이 사게되고, 친구들과 만나게 되도 '내가 돈버니까 살께.' 이렇게 지갑이 열리고, 회사를 다니는 시간동안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아 미안한 마음을 아이에게 물직적인것, 장난감을 사달라는데로 사주게 되고, 아이를 데리고 주말여행도 더 많이 다니게 됩니다.

그래서 결론은 "맞벌이를 했어도 모아놓은 돈은 별로 없었다." 입니다.


그런데 제가 일을 그만두고 집안살림과 독박육아를 하게 되었습니다.

당장은 무리없이 생활을 할 수 있지만, 언제다시 회사에 복귀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렇게 전업맘으로 직업을 바꾸고 생활을 하던중, 이대로는 우리집안 경제가 금방 흔들리고 말겠단 생각이 문득 스쳤습니다.

그동안의 생활이 맞벌이의 생활습관에 맞춰져 있어 이게 쉽게 고쳐지지가 않더란 말입니다. 우리부부는 아이들에게 재산은 상속해주지 못하더라도 빚은 남겨주지 말자다짐하며 살고 있는데,  조금씩 깎아먹는 통장잔고에 슬슬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큰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집근처 도서관으로 가서 이책저책을 뒤져봅니다.

그러다 책제목이 가슴에 콱하고 꽂힌 책을 한권 뽑았습니다. 작가 최미영씨가 쓴 「아내 CEO 가정을 경영하라.」입니다.


저자 최미영씨는 전업주부를 "아내CEO"라는 멋진완장을 채워 표현해줬습니다. 우리 집의 목표와 방향에 대해 지침을 내리고 키를 쥐고 있는 아내의 모습에서, 아내의 무조건적인 희생이 아닌, 미래를 위한 담보와 투자의 방향으로 바라보라는 것,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CEO의 마인드라는 것입니다. 그래 상황이 어떻게 변했든 이상황을 받아들이고 우리집을 잘 경영할 수 있는 최고의 CEO가 되어보자 마음을 가져보며 책을 넘겨봅니다.


그녀의 자라왔던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삶의 모습, 남편을 내조하고 아이들을 똑똑하고 현명하게 키워내는 모습을 읽어내려가며, 제게 동기부여를 해줬습니다. 이 책에는 몇가지 조언을 내어주는데, 그 중 제게 와닿았던 몇가지만 간략히 남겨봅니다.


그 첫번째가 바로 내가지킬 수 있고 노력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의 버킷리스트를 만들라는 것입니다. 

"DREAM(꿈)+DIRECTION(방향)=OBLIGATION(의무)"라는 공식을 얘기합니다.


이에 책을 읽고 메모를 남겨놓았던 수첩에는 저의 버킷리스트가 남겨져 있습니다. 


*2016년 여유자금 만들기(구체적인 액수와 함께 그만큼을 모으기 위해서는 1일 얼마씩을 모아야하는지, 그 합계가 월에는 얼마인지가 적혀있습니다. 2016년 3월에 이 책을 읽었었더군요. 생각지도 못한 제 꼼꼼한 메모에 스스로 놀라봅니다.)

*라식수술비용모으기(둘째아이를 임신중 이었는데, 아이를 낳고는 또 시력이 떨어질수 있데서 라식수술을 미루고 있었습니다.)

*경조사비용만들기(함게 벌때는 크게 생각지 못했던 부분인데, 외벌이로 돌아서니 남편이나 제게 필요한 경조사 비가 생각보다 많더군요. 그래서 이 때부터 이 항목을 계획했습니다.)

*4식구 해외여행가기(큰아이가 8살이되는 해, 우리 4식구가 빚지지않고 모아놓은 경비로 해외여행을 가보길 바래봅니다.)

*절대 자금이 부족해도 대출, 마이너스통장, 제2금융 이용하기 않기(아주 다행히도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조항이 잘 지켜지고 있음에 스스로를 칭찬해 봅니다.)


작가는 유비무환(有備無患),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근심이 없다고 강하게 얘기합니다.

우리집의 지출을 정확하게 파악을 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막아야 한다고 하는데, 정말 이 불필요한 지출을 없애고 싶은데 이게 이뤄지지가 않아 고민이 많습니다. 불필요한 지출이라 생각하니 우리분수에 맞지 않았던 지출액과 남들앞에서 기죽지 않으려고 허세를 부렸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집니다. 갑자기 김생민씨의 '스튜핏'이라는 외침이 음성지원되면서 귀에 들리는 이유는 뭘까요.


2018년 연초가 되어, 우리집의 생활비의 대부분인 고정지출비용(공과금, 보험,교육비,렌탈료)과 변동지출(식비, 생활비, 품위유지비)부분, 그리고 비정기적인 돌발지출(자동차보험료, 자동차세, 재산세, 경조사비)비용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다시한번 머리를 굴려봅니다. 또한 앞으로를 대비할 수 있는 노후대책비용과 아이들의 교육비용은 지축이 흔들리지 않도록 잘 대비를 해놔야겠다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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