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참 물감놀이를 좋아한다.

하지만 집에서 물감놀이를 위해 준비를 하기에는 사실상 치울일이 만만치 않아 잘 안 꺼내주게 되는것 같다. 그래서 다양한 미술활동 해보라고 미술학원을 보내게 되는데, 나도 소싯적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본바, 아이들과 1:1로 얘기나눠가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안보내겠다 생각한다.

요즘에는 책이나 영상을 보고 관찰하고 그것을 스토리식으로 선생님과 이야기 나눈 후 그림을 그리는 곳도 생겼지만, 아직은 다른친구가 잘 그려놓은 그림을 보고 베끼기만 시키는 학원도 많다. 그렇게 된다면 그림을 그리는 스킬은 늘겠지만, 막상 집에서 아이를 앉혀놓고 너의 생각을 그려보라고 했을때, 그 아이는 움추려들고 잘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때문에 몇번 미술학원 상담을 가봤지만, 그냥 집에서 시키리 마음먹었더랬다.


물감놀이라 함은 물감도 필요하고, 붓도필요하고, 물도 필요하다. 일반적인 색연필이나 다른 도구로 그림그리기 보다 그림을 그리는 공간을 좀 더 여유있게 잡아줘야 한다. 아직 아이들은 붓에 물과 물감을 적당량 묻히는것이 익숙치 않기 때문에 물을 없앤다고 물감을 털다가 온 사방에 물감이 뒤는 경우도 있고, 기껏 그린 그림의 종이가 구멍나버려 울게되는 경우도 많다. 사실 이럴때 아이들에게 차분히 설명해주고 타일러 줘야하는데, 온통 물바다가 된 집을 보면 짜증이 밀려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도 미술놀이 할 때, 물감은 잘 안꺼내게 된다.


그래서 물감놀이는 목욕시키기 전 욕조벽면에 실컷 그림그리게 하고, 아이들 샤워시키면서 목욕탕청소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 뭐 이방법도 나쁘지 않고 나도 자주 사용하는 방법중 하나다.

하지만 오늘은 물도 필요없고 집에 물감튈 걱정도 하지 않는 아주 쉽고 간단한 물감놀이방법을 소개할까 한다.


이름하여 바로 "지퍼백 물감놀이"다.

준비할것은 지퍼백과 집에있는 물감 뿐이다.

얼마전 어린이가 많이 사용하는 핑거페인트에서 가습기살균제 물질과 유해한 화학물질등 때문에 안전성에 관해 문제가 있었는데, 이 물감놀이 방법은 피부에 직접 물감이 닿질 않아 속편하게 놀이할 수 있다.


놀이방법또한 간단하다.

지퍼백 안에 물감을 군데군데 짜넣고 지퍼백의 지퍼를 닫아준다. 새로운 물감놀이를 하고싶어 기대에 찬 아이의 손이 보인다. 아쉽게도 우리집에 남은 물감색이 이정도 뿐이었다. 좋아하는 색은 이미 다 써버려서 평소 손이 잘 안가는 색깔만 남아있다. 



우리아이는 처음에는 소심하게 손가락으로 눌러주며 물감의 감촉을 느껴보더니 '푹신해요. 부드러운 느낌이예요. 점점 넓어지면서 번지고 있어요.'등 본인이 느낀 다양한 느낌을 내게 표현단다. 또 손가락에 힘주어 눌러준 곳과 그렇지 않는 곳도 투명도에도 차이가 나니 그것도 신기해 한다. 역시 아이들은 신기해 해는것이 많다. 

특별히 준비한 것도 없는데, 아주 호기심 넘치게 관찰하는 모습을 보니 괜시리 기분이 뿌듯해 진다.

 


한참을 물감을 비벼가며 누르더니 어느새 나에게 다가와 작품이라며 보여준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로봇모양이 나왔다며 으쓱해한다. 블록쌓기를 하던지, 그림을 그리던지, 장난감을 사달라고 할때도 우리아이는 로봇이 최애 아이템이다.



내게 자랑을 하더니 이제 본격적으로 지퍼백을 누르기 시작한다. 

왠만해서는 잘 찢어지지 않는 지퍼백의 특성때문에 아이가 엉덩이로 짓누르고, 몸으로 뭉게고, 손으로 지퍼백을 말았다가 짰다가 아주 난리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감이 조금도 새어나오지 않는다. 다시 지퍼백을 펴더니 아까와는 다르게 색이 혼합된 것을 보고는 이색과 이색이 만나면 이렇게 변하는구나 하며 혼자 색감공부도 한다.



오늘은 둘째가 자고있어 함께 하지는 않았지만, 아직 어린 동생들도 물감놀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입에 들어가지도, 피부에 직접 닿지도 않으니까. 지퍼백의 지퍼만 아이가 열지 않는다면 걱정없이 놀게 할 수 있다.


이 놀이의 장점은 앞서도 얘기했지만,

첫째, 물감의 안전성에도 피부에 닿지 않고, 입에 들어갈 일이 없어 안심하고 놀이할 수 있다.

둘째, 집에 남은 물감이 있다면 이렇게 짜서 소진시키면 된다. 핑거페인트, 학습용물감, 포스터물감등 어떤 물감을 사용해도 상관없다.

셋째, 엄마의 그림솜씨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

넷째, 정리정돈이 용이하다. 놀이가 끝나면 지퍼백을 쓰레기통에 버리기만 하면 끝이다.


아이와 1:1로 눈맞춰가며 이야기 하다보면, 새삼 우리아이의 다양한 표현력에 놀라게 될것이다. 시간도 오래 필요하지 않으니, 아이와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엄마표 미술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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