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이들을 데리고 영화 "코코"를 보고왔습니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영화관은 무척 한산했습니다. 사실 전날 저녁에 큰아이 하원시간에 맞춰 영화를 예매했는데, 좌석을 지정하려고 보니, 글쎄 모든 좌석이 가능한걸로 표시가 되는겁니다. 제가 예약할 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예매를 안했다는 말인거죠. 둘째아이는 어려서 아직 요금을 영화요금을 지불하지 않는데, 사람이 없으면 옆자리에 앉히고 조금은 편하게 나도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저 혼자 아이를 둘이나 데리고 영화관에가서 영화시작을 기다리는건 조금 힘들었기에, 영화시작시간에 맞춰 극장에 도착했습니다. 티켓 발권을 하고, 팝콘과 아이들 주스를 구매 후 바로 상영관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래도 뒤쪽자리가 꽤 차있네요. 아쉽게도 우리가 예매한 좌석 바로 옆에 누군가 앉아 있었습니다. 한칸만 옆으로 갔어도 조금 편하게 볼수 있었는데 아쉽게 됐습니다.

잠시 후 상영관의 조명이 어두워지고 영화가 시작하네요.


저는 애니메이션 장르를 좋아하는 편인데, 육아를 하게 되면서 애니메이션을 보는 빈도수가 훨씬 늘었습니다. 아이를 키우시는 다른 분들도 그렇겠지만 말입니다. 디즈니·픽사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코코"는 토이스토리,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몬스터주식회사, 주토피아, 겨울왕국, 인사이드아웃, 모아나의 명성을 잇는 명작 애니메이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가끔 외국배경의 영화를 볼 때 그 나라의 문화나 생활에 관해 궁금해 지는 경우가 있는데, '코코'를 보고 난 후 멕시코의 문화에 관해 궁금해 졌습니다. 예전에 출장때문에 해외를 다녀보면, 하루 밥 세끼 먹는 것만 똑같지, 그들의 문화와 놀이는 너무도 차이가 나서 그걸 잠시나마 경험해보는 것이 너무도 즐거웠었는데, 오랜만에 이런 기분 느낀 것 같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멕시코의 '죽은자의 날'입니다. "Dia De muertos"라고 부르는 '죽은자의 날'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어있는 멕시코의 명절이라고 합니다. 멕시코 사람들은 죽은이들이 아직도 살아있다고 생각하며, 1년에 1번 죽은자가 오기 때문에 생전에 그들이 좋아했던 음식이나 음료를 준비하고, 무거운 분위기로 그들을 맞이하기 보다는 음악과 춤이 함께하는 축제같은 분위기로 그날을 즐긴다고 합니다.

'죽은자의 날'에 조상과 가족을 기리는 사진을 제단에 올리고 마리골드꽃을 올리고 길에 뿌려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모습이 마치 우리나라의 제사풍습같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세계적인 화가인 '프리다 칼로'의 작품도 해골로 만나볼 수 있는데, 그 상상이 아주 귀엽죠? 역시 디즈니·픽사의 표현의 디테일은 정말 대단합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이 시작되면 음악을 금기시 하게 된 미구엘집안의 스토리를 "파펠피카토"라는 종이장식으로 표현하며 눈길을 사로잡는데, 이 종이장식은 '죽은자의 날'에만 볼 수 있는 종이장식이라고 합니다.


영화에서는 죽은이들의 "사진"이 그들을 기억하고있는 가족들이 살고있는 산자들의 땅으로 가기위한 죽은자들의 "PASSPORT(여권)"로 이야기를 풀었는데,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생전의 나를 사진에 올리고 기억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들은 죽은자의 땅에서 나올수가 없습니다.


[이미지출처"네이버무비"]


마치 공항에서 해외로 출국하거나 입국을 할 때 심사를 받는 것처럼, 확인을 하고, 신고품목이 있다면 신고절차도 밟아야 하네요. 위 이미지는 영화의 한장면으로 주인공 미구엘이 그의 고조할아버지라 믿고있는 가수 에르네토스 델라 크루즈의 기타를 훔치면서 "죽은자들의 땅"에 입성하게 되어, "죽은자의 날"에 맞춰 집으로 가기위해 나왔던 미구엘의 (죽은)가족이 미구엘과 함께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는 모습입니다. '죽은자의 날'에 망자에게 선물을 주지 못할망정 망자의 물건을 훔친 괘씸죄 때문에 "죽은자들의 땅"에 가게 된것입니다. 걱정스러운 어른들의 표정과 사고를 치고 당황해 하는 아이의 표정이 참 재미있고도 사실적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코코를 보면서 들은 생각은 사진 한장 남겨진 것도 없고 누군가의 기억에서 잊혀지게 되면 영원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일인가 싶습니다. 영화속에서도 사진 한장을 올려줄 사람이 없는 유령들끼리 모여살며 서로를 이모, 삼촌이라 부르고 의지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화려한 도시 속 잊혀질리 없는 죽을자들의 거리와는 대비되는 쓸쓸한 빈민가의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추운 겨울이 되면 더욱 조명되고 있는 쓸쓸하고 고독한 우리나라 쪽방촌의 모습이 저렇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더군요. 맥시코 사람들은 사후세계의 세상이 슬프거나 어둡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엄청나게 화려하고 음악과 춤이 함께하는 죽은이들의 도시의 모습이 보여집니다. 

코코에서는 마리골드 꽃을 죽은이들께 바치고, 영혼들은 그 꽃길을 밟고 세상으로 통하는데, 마리골드가 한국에서는 국화같은 의미로 쓰인다고 합니다. 


영화 "코코"는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게 되고, 기억하고 싶게 만드는 가족영화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죽음'을 가까이에서 체험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보통 할아버지, 할머니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하고, '먼 곳으로 가셨단다.", "천국에 가셨단다."정도의 설명만 듣게 됩니다. 

아직 가까운이의 죽음을 지켜보지 못한 아이들이 이 영화를 얼마나 이해할까 싶었는데, 영화 속 등장인물 "헥터"가 그를 마지막으로 기억해주는 가족의 기억속에서 조차 지워져 소멸될 위기가 오는 장면마다 우리 큰아이가 옆에서 우는게 아니겠어요? 그냥 눈물을 훔치는 정도가 아니고, 오열을 하길래, 7살인 우리아이가 이걸 어떻게 이해하는 것일까 싶었습니다.

영화에서 얘기한 기억해 달라는, 잊혀지면 영원히 죽게 된다는 의미를 아이가 알았던 걸까요?


저희는 매년 늦가을이면 친정부모님을 모시고 국내여행을 하는데, 작년에는 오신김에 저의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선산과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선산, 그리고 이모부와 작년여름 돌아가신 이모의 납골당까지 떠나신 분들께 인사를 드리러 다녔는데, 큰아이가 그때 제게 "이번에도 헤어진분들 만나러 가는거예요?"이렇게 물었습니다. "응. 그분들과 지금은 헤어져서 만날 수 없지만, 기억하려고, 가족이니까 잊지 않으려고 하는거야."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외가댁이 있는 대전으로 가서 마지막으로 "국립현충원"까지 가게 되었는데, 이 여행의 기억이 큰아이에게 강하게 박혔었나 봅니다. 제딴에는 한번도 본적없는 사람을 기억하고 추모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겠죠.


그 경험이 있었기에 아마도 "코코"영화를 보고 기억에서 지워진다는 것이, 가족을 떠나 잊혀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조금은 알아 폭풍오열을 했던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영화의 여운을 간직하고 영화관을 나서면서 "영화어땠어? 슬펐어?"하고 큰아이에게 물었더니, 남자아이라 그런지 내심 울지 않은척하네요. "슬픈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고 눈물을 흘리는건 멋진모습이야. 부끄러워 하지 않아도 되."라고 얘기해 줬습니다.

가족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아이가 충분히 느낀 것 같아 무척 뿌듯했습니다.


영화 '코코' 시작 전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쳐"를 한 20분 가량 먼저 보여주는데, 이 사실을 모르는 몇몇분은 상영관을 나갔다가 확인하시고 다시 들어오시더군요. '코코'를 먼저 보고왔던 제 친구도 상영관 잘못 찾아 들어간 줄 알고 나왔다 다시 들어갔었다고 합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본편 상영전 단편영화를 상영하는 전통이 있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안나'와 '엘사'자매에게 선물을 준비하는 '올라프'의 고군분투 스토리입니다. 


주말에 어떤영화를 볼까 고민하신다면, '코코'를 추천합니다. 영화 '신과함께'와 같이 사후세계에 관한 스토리라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게 되는, 가족을 기억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아이와 손잡고 들어가 엄마가 울고 나올수 있습니다. 예고편에서 보여주는 내용이 끝이 아니니 꼭 보세요. 

영화 내내 '기억해줘(Remember me)' 노래가 다양한 버젼으로 나오는데, '기억해 달라는 것'이 바로 '코코'의 주제입니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감성충만한 윤종신버젼의 엔딩송이 나오니 영화의 감동이 더욱 잔잔하게 간직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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