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자존감에 관한 이야기를 참 많이 하게되고, 또 듣게 됩니다. 혼내는 것도 아이가 기죽지 않게 잘 혼내야 하고, 칭찬하는것도 무조건적인 칭찬은 오히려 아이에게 역효과를 가져온다고도 합니다. 올해로 7살, 3살이 되는 두아이의 엄마가 되었는데도, 아이를 키운다는것이 어떤때는 쉽고, 또 어떤때는 어렵기만 합니다. 아이의 개성은 똑같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해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때마다 답답한건 어쩔수 없나봅니다. 요즘 저는 육아지침서를 많이 읽고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자녀를 양육하는 방법은 조금씩 그 강약이 바뀌기는 하지만, 그 맥은 비슷한 듯 한데요, 부모가 되는 법을 배우지 않고 이만큼 할 수 있다는 것도 쉬운일은 아닙니다. 


워낙 분노조절이 안되고 욱하는 사람이 늘어난 요즘, 훈육을 어떻게 하느냐는 육아의 주요 화두가 되었습니다. 믿고 보냈던 보육시설에서 조차 선생님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아이를 폭행해서 뉴스에 보도되는 일도 참 많아져서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화도나고, 참담한 기분도 듭니다.

욱해서 훈육하나, 훈육하다 욱하나 모두 폭행입니다.



벌써 제 블로그에 훈육에 관련한 글이 세개나 되네요.


얼마 전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중에 있었습니다. 남편이 둘째아이의 손을 잡고 "아빠는 네가 너무 좋아." 이러면서 아기 손을 잡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남편은 딸을 무척 원했고, 딸이 중학생이 되고, 심지어 대학생이 될때까지 딸고 하고싶은 버킷리스트가 있을 정도로 딸바보 입니다. 다행히도 둘째가 딸로 태어나 우리 남편의 소원이 반은 이루어진 셈이죠. 그런데 묵묵히 그 얘기를 듣고 있던 우리 큰아이가 무척 서운한 표정을 하고있길래 왜그러냐고 물었더니 "아빠가 동생칭찬은 많이 하는데, 내 칭찬은 안해줘서 섭섭해." 이렇게 말하는게 아니겠어요? 우리부부는 아이가 어느새 커서 이런표현도 하는구나 대견하기도 하면서 한켠으로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평소에도 칭찬에 인색한 부모도 아니고, 아이들을 비교하지도 않거든요. 다행히 큰아이가 요즘 글씨를 제법 많이 알아서 지나는 도로의 간판에 적힌 제법 어려운 한글과 영어를 읽는 모습을 칭찬해 주며 섭섭한 기분을 달래주었습니다. 대단하다며 엄지도 세우고, 뽀뽀도 해주며, 톤을 높인 목소리로 칭찬해 주니 아이의 쳐진어깨가 다시 으쓱해 졌습니다. 


부모는 아이를 충분히 껴안고 사랑해 줘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긍정적인 마음을 심어주는데는 칭찬하기 만한게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무조건적인 사랑이 아이를 응석받이로 만들지는 않을까, 버릇없는 아이로 만들지는 않을까 고민도 되는데, 어떻게 칭찬하고 사랑을 베풀어줘야 하는지 공부해 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없습니다.


부모가 아이들을 칭찬해 줄 때는 자녀의 능력이나 노력의 결과에 관계없이, 조건에 관계없이 늘 사랑한다는 느낌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모가 자녀의 수준에 잘 맞추어 양육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느끼는것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다만 지나친 칭찬은 아이에게 결과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이어질 수 있어 아이 스스로 제한적인 행동을 하고, 새로운 도전에 대해 두려워하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칭찬하기에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는 '구체적으로 칭찬하라.'입니다. 

칭찬할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주 사소한 일에도 칭찬은 할 수 있습니다. 저희저럼 길을가다 간판에 적힌 글을, 아니면 숫자라도 읽으면 칭찬을 해줄 수 있고, 동생을 잘 봐주고, 장난감정리를 도와줬거나, 빨래정리를 함께 했다면 그 순간 보이는 그대로를 칭찬해 주면 됩니다. 그냥 '잘했어'이렇게 한마디가 아닌, "빨래를 정말 잘 정리하는구나. 엄마를 도와줘서 고마워."이런 액션이 필요한것입니다. 부모는 아이가 해낸것에 대해 충분히 인정해 주면 됩니다.


오은영박사의 책을 읽어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이가 색칠한 것을 가져와 보여준다면, 엄마의 기준에 색이 덜 칠해졌다고 해도  "우와. 진짜 멋진데?" 이런식으로 일단 칭찬해 주면 됩니다. 이순간 엄마가 "여기 덜 칠했네. 마저칠해."라고 한다면 자랑하고 싶었던 아이는 김이 새는것이죠. 일단 칭찬을 하고 난 후, "색칠은 끝난거니?"라고 묻고 "더칠할꺼예요."한다면 "그래. 마저칠하는 것이 좋겠다." 해주고, "다한거예요."라고 아이가 대답한다면 더이상 아이에게 권하지 말라고 합니다. 아이에게 그 그림은 그것으로 완성인 것입니다. 

아이는 칭찬을 통해 부모에게 사랑받고, 관심받고 있다고 느낀다고 합니다. 그냥 아이의 행동을 보고 그대로 이야기 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부모가 자신에게 관심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과'가 아닌 '과정'을 칭찬해 주는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우와. 이걸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것같아." 해주면 아이는 노력을 인정받은것 같아,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는 것입니다. 결과만을 놓고 칭찬한다면 "완벽하다"라는 강요의 뜻이 담겨져 있어 아이에게 부담감과 중압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죠. 결과만을 칭찬해 준다면 아이는 성장하면서 칭찬받기위해 행동하는 '칭찬 의존증'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아이들을 그림이나 만들기를 완성했다면, "끝까지 해냈어. 멋지다."이야기 해줍니다. 오은영박사도 아이들에게 "해냈다!"하는 성공의 경험도 필요하지만, "잘 안되네."하는 실패의 경험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합니다. 잘하지 못해도 칭찬을 해준다면 아이들 내면에 '칭찬의 기준'이 만들져 스스로 행동하게 됩니다.


제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큰아이가 4살 여름정도됐을때 인것 같습니다. 아이와 놀이 중 스티커를 이용할 때가 많은데, 스티커를 스스로 떼다보면 찢어지고 구겨지기 일쑤였죠. 엄마가 해주마 해도 스스로 해야 직성에 풀려 찢어지면 울고, 구겨지거나 접착면이 서로 붙으면 울었습니다. "이게 울 일이야? 그러길래 엄마가 해준다고 했잖아!" 이렇게 욱해버려 아이를 혼낼수도 있지만, "이거봐. 이렇게 붙이면 하나로 완성돼."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해주고, "으악! 원숭이 꼬리가 찢어졌네요. 아파요. 조심히 뜯어주세요." 하고 동화구연하듯이 연기와 액션을 더해주니, 나중에는 스티커따위에 울지 않고, 친구들에게도 걱정말라며 다독이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결과에 상관없이 기분좋게 경험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말뿐아니라 부모의 표정과 눈빛, 어투에서도 칭찬을 느끼는데, 칭찬을 할 때 액션을 크게 보여주면 아이들의 만족감도 더 커집니다. 다만, 칭찬할 일이 생겼을 때 바로 즉각적으로 보여줘야지, 미뤘다가 칭찬해주면 아이들은 칭찬받을 상황이 아닌데 혼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칭찬스티커를 활용하는 방법도 물론 좋습니다.  저희는 칭찬스티커를 활용을 많이 하는 편인데, 칭찬스티커는 보상이 따르기 때문에 아이는 칭찬받을 행동을 더욱 많이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다만, 칭찬상점판이 점점 채워져 끝이 보이면 아이가 보상을 위해 조금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외적효과(보상)을 받기위해 보여주기식 노력을 한다면 이는 분명 안되겠죠. 적절히 활용하면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칭찬방법 중 하나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충분한 '격려'를 제안합니다. 격려는 상대에 대한 호의와 믿음에서 나오는 것으로 아이의 성장에 필요합니다. 칭찬을 받으면 성취감을 이룰 수 있지만, 칭찬을 받지 못하면 좌절감을 느낄 수 있고, 칭찬을 받기위해 경쟁에 치우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과정을 칭찬한다던지 '격려'를 해주면 자기 자신의 성장에 집중하게 됨으로써 스스로 한걸음 더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는 것입니다. 


칭찬이 과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위에 언급했듯이 과잉칭찬은 아이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판단할 수 없고, 다른사람의 평가에 좌지우지하게 됩니다. 또 항상 잘한다는 얘기만 듣다보면 자기만을 주목해주길 바라게 되고, 주변을 배려하지 못하는 자기중심적인 아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칭찬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 이 아이에게는 심한 좌절을 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과잉칭찬이 아이의 자긍심을 지나치게 강하게 만들수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며칠전 우리 아이가 태권도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집에오는 내내 풀이죽어 있길래 왜 그런지 물었습니다. 한참을 입을 다물고 있길래, "네가 말하고 싶을때까지 엄마는 기다릴께." 얘기를 하고 집안일을 했습니다. 얼마 뒤 아이에게 다시 "아까는 왜 마음이 속상했던거야?"하고 물으니, 태권도장에서 발차기연습을 했는데, 사범님이 친구들에게는 잘했다 얘기해줬지만, 우리아이에게는 잘했다는 말을 해주지 않았다 실망했다는 겁니다. 

이 상황을 과장되게 생각해 본다면, 늘 버릇처럼 잘했어, 최고야를 얘기했던것이, 아이에게는 자칫 독이되어 좌절감을 줄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발차기칭찬을 못들었다는 아무것도 아닌 상황에서말이죠. 


아이를 칭찬하기 위해서 때로는 엄마의 감정조절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어제는 엄마를 도와줘 고맙다 칭찬을 했던일도 오늘은 귀찮다고 가만히 있으라 하며 아이를 밀치면, 칭찬을 예상한 아이는 실망을 하게 됩니다. 부모의 일관성 없는 칭찬태도는 아이가 자신의 행동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에 자신감을 잃게 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데, 시행착오에 좌절하지 말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것에 최선을 다해봅니다. 칭찬에도 기술이 필요하고, 그마저도 공부를 하는 것은 시행착오를 줄이고 보다 현명하게 아이를 키우고 싶어서겠죠. 육아에 힘쓰고 있는 우리 모두 노력해 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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