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생수를 사먹었던 저희는 3년 전 어느날 정수기를 렌탈해야 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매번 2리터짜리 생수를 주문하거나 마트에서 사서 들고오는 것도 힘들었지만, 엄청난 양의 페트병을 매번 정리하는것도 일이었습니다. 어쩌다 한주라도 쓰레기 분리수거일을 지나쳐버리면, 넘쳐나는 페트병에 한숨을 쉬곤 했습니다. 어느날은 아파트 윗층 아주머니가 저희 재활용쓰레기를 바라보시더니 뒷산 약수터가서 물을 떠먹으라고 하시더군요. 사실 집과 멀지않은 곳에 약수터가 있긴 했지만, 저흰 약수물이 얼마나 깨끗하겠나 싶어 떠다 먹지 않았습니다.


첫 아이가 태어나고 분유를 타야하는데, 전기포트에 물을 끓여놓고, 그 물을 다시 보온병에 담아 식힌 후 사용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래서 식탁위에는 전기포트와 큰보온병, 실온에 놓은 생수, 젖병, 분유까지 올려놓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정리도 되지않고, 지저분해 보이는것도 어쩔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큰아이가 분유를 끊을때까지 생수를 사다 먹은것 같네요.


평상시 물을 많이, 자주 마셔야 건강해진다는 건강학개론을 가진 남편덕분에 저희 집에는 물이 언제나 쌓여있어야 했습니다. 무겁게 물을 사오고, 물을 보관할 공간도 필요하고, 치우는것도 일이고, 이 모든것이 바보같다는 생각을 좀 하게 되었던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희집에는 정수기가 설치되었습니다. 렌탈정수기의 장점은 관리해주시는 분들이 주기적으로 방문을 해서 정수기청소와 필터교환등을 해주신다는 점이었습니다. 요즘도 홈쇼핑을 보면 정수기렌탈 관련해서 아주 많은 상품이 소개되던데, 쇼호스트들이 이런말을 하는걸 한번쯤은 들어보신적이 있을꺼예요. "약정기간 5년(60개월), 의무사용기간 3년(36개월) 입니다. 제휴카드를 사용하시면 할인받아 더 싸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얼마전 집에 정수기를 관리 해주러 오신 담당자분이 "고객님 사용기간 끝나셨으니까 정수기 다른기종으로 바꿔보세요."라고 하시며 요즘 인기있는 직수형 정수기에 대해 얘기를 하셨습니다. 한참을 그분과 이얘기 저얘기를 나누고, 정수기 안내전단을 받아 식탁위에 올려뒀습니다.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와 '우리 정수기 바꿔도 된데, 뭘로 바꿀까? 이게좋을까?' 하며 한참을 얘기를 나누고 일단 이번달 관리는 받았으니까 지금당장 급하게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어? 그런데 며칠뒤 또 정수기 렌탈비용이 자동결제됐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담당자분께 문의 드렸습니다. '이게 후불이라 사용료가 빠져나간건가요?' 라고 물었더니 맞다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잠시 뒤 그분께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고객님. 제가 고객카드를 다시 살펴보니 의무사용기간이 36개월 끝나신거구요, 아직 약정기간은 2년 더 남으신거네요. 약정기간동안 렌탈비용은 계속청구되고, 기존제품이 사용이간이 끝났으니 정수기 기기변경으로 사용하시는거예요."


WHAT?

What are you taking about?

순간 이 아줌마가 나랑 장난하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분께 비데랑 공기청정기도 함께 렌탈하고 있어서 그것과 헤깔리셨나 봅니다. 비데랑 공기청정기는 3년약정으로 3년후 소유권이 제게 옵니다.


담당자분께 재차 물어보고 설명을 들어보니, 렌탈했던 정수기를 3년은 꼭 써야 하는것이고, 아직 소유권은 내꺼가 아니라는 겁니다. 60개월,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야 완전히 제 소유가 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36개월이라는 의무사용기간이 끝나면 부득이 계약을 취소할 경우 위약금은 발생하지 않는다는점을 얘기해 주네요. 36개월 이내 중도해약시에는 잔여월 렌탈료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 위약금으로 청구됩니다. 


아마도 처음 전화상담때도 상담사가 이얘기를 했을텐데, 3년이란 시간동안 제 기억속에서 지워졌던 것 같습니다.


저는 되도록 기계는 업그레이드 된 버젼을 사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업그레이드라는 것은 기존내용을 보완하고 수정되었다는 것이잖아요. 그동안 저장형 정수기는 관리를 해도 깨끗하지 못하다, 물이 지나는 통로인 관로를 새것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관리를 받아도 소용없다, 코크도 꼭 분리세척해라 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찝찝하게 오래된 제품 사용하며 과연 내가 깨끗한 물을 먹고있는걸까 의심하기 보다는, 새 기계로 바꿔 쓰는것이 훨씬 정신적 스트레스도 없고 나은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담당자가 제시한 렌탈비가 본사홈페이지에서 제시한 금액과 조금 차이가 있네요. 기계를 바꿀 때 이런부분도 꼼꼼히 확인하고 똑똑한 선택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한푼이라도 아끼고 절약하죠.^^

어릴적 TV에서 몇십년동안 썼던 가계부를 모아놓고 대단하다 박수받던 어느 아주머니가 떠오릅니다. 경제관념이 없던 소녀에게는 그게 그리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왜 그것이 박수받을일이었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엄마가 가계부를 쓰는 모습을 봐도 철없던 그시절에는 그걸 궁상맞다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덧 주부가되고, 남편이 벌어오는 월급만으로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는 지금은 가계부를 쓰는것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재테크에 관한 서적이나 자료를 읽다보면, 가정경제와 지출을 확인하는데 가계부를 쓰는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고 합니다. 부자가 되기위한 아주 기본적인 생활습관이라 일컫는 가계부쓰기는 내 자산현황를 파악하는데서 부터 시작합니다. 뭐 통장에 얼마가 들어있고 이런것 부터가 아닌, 월급이 들어오는데(혹은 들어왔는데), 그것을 한달 생활비로 사용하다보면 어떤때는 지나치게 많은 지출을 할 때도 있고, 어떤때는 다음달로 자금을 이월시키는 기특한 날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들을 작성하고 시각화를 하면 눈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어떻게 지출목표를 세워야 하는구나라는 계획이 잡힌다는 것입니다. 



'가계부 적는게 뭐 대수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막상 가계부를 쓴다는게 깜빡 잊고 지나치는 부분도 있고, 지출내역을 꼬박꼬박 쓰는것이 어느순간 귀찮아 지기도 합니다. 저 또한 2016년부터 영수증을 모으고, 가계부쓰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지금은 매우 간략하게 각카드사별 월말 지출액만 요약하여 수기로 작성하고, 누적된 지출금액으로 카드사별 소비패턴과 지출을 파악하는 정도로 요약되었습니다. 제가 가계부 쓰기를 요약하고 거의 포기하게 된 것은 가계부를 쓰는것이 내 지출을 파악하자는것이기는 하지만, 쓰다보니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수입은 한정되어 있는데, 아무리 아껴봐도 지출은 줄지 않고, 어느순간 가계부를 계속 써본다 한들 뭐가 달라질까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씀씀이를 파악하는데 있어서 반성의 시간은 있을 수 있지만, 반성을 넘어선 자괴감과 자책, 패배의식은 가질 필요가 없다고, 반성을 통한 목표의식만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지출이 큰 부분이 외식비용인지, 교육비인지, 또는 의류구입비인지, 하다못해 소득을 넘어선 보험료로 나가는지 씀씀이를 파악하고, 알맞은 소비와 지출을 계획하고자 함 입니다.

그럼 가계부를 어떻게 쓸까요?


1. 오늘부터 쓰자.

가계부를 쓰기위해서는 장기적인 목표나 단기적인 목적의식이 있으면 더욱 좋기만, 제 생각에는 일단 첫삽을 뜨고 오늘당장의 지출부터 작성하는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가계부를 써봐야지~'하면서 생각만 한다고 되는것은 아닙니다. 재테크관련 카페나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가계부 작성방법을 소개하고, 각자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노트에 수기가계부를 작성하기도 하고, 온라인이나 모바일 어플을 활용하여 작성을 하기도 하며, 카페회원들이 올려놓은 엑셀양식을 다운받아 쓰기도 합니다. 생각만 하지말고 오늘 당장 실천합시다.


2. 월간, 연간 지출점검을 해라.

지출을 결산하고 지출을 점검하는 것이 내 소비를 파악하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제가 그동안 작성했던 것처럼 뭉퉁그려 쓰기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겠네요. 한달의 지출금액확인차 카드사별 총이용금액만 가계부에 쓰고 있지만, 이용대금명세서는 우편으로 받고 있었는데, 이메일이나 모바일명세서보다 카드이용내역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지출을 파악하기 수월했기 때문입니다. KB카드 우편명세서에도 카드사에서 분석한 분야별이용현황이라고 해서 외식·공연·영화, 주유·자동차·보험, 항공·여행, 쇼핑·전자상거래로 지출을 정리해 주던데, 이처럼 지출전체를 파악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가계부를 제대로 써야 겠습니다.


3.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라.

돈이 들지 않는 버킷리스트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안타깝게도 보통의 하고싶은일 돈이 들기 마렵입니다. 생활비를 확인하고, 지출을 줄이는것이 어떤목적을 위한것인지를 작성합니다. 목표가 세워지면 돈을 절약하고 모으기가 조금 더 수월해 집니다. 당장 지금 사고싶은것을 못산다 해도, 그 돈을 아껴 더 큰 목표를 이룬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겠어요. 남편의 외벌이만으로는 사실 육아비용, 교육비, 대출이자와 임대료, 관리비만도 빠듯한 실정입니다. 일단 저희 목표는 구체적인 금액을 설정하여 여윳돈을 만들기로 잡아봤습니다. 


4. 중간에 포기하지 말자.

처음부터 너무 잘쓰려고 하다보면 지레 지쳐 포기할 수 있습니다. 또는 숙제처럼 여겨 하루이틀 지나치다 밀린 일기를 쓰듯 하면 결국 어떻게 될까요?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제대로 꾸준히 유지하기는 어려운 것이 가계부 쓰기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습관화하라고, 아직 습관이 길러지지 않았다면, 매일 같은시간 단 5분만이라도 써보라고 합니다.


객관적인 수치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가계부는 결국 나의 '거울'인 것입니다. 늘 쓰던 돈도 어느날은 괜시리 남들을 의식해서 쓰기도 하고, 1+1상품에 혹해 지출을 하기도 하는데, 가계부를 쓰고 지출을 파악하다보면, 쓸데없는 지출은 막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계부를 쓰면서 무조건 돈을 절약해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나보려 합니다. 그저 꾸준히 지속할 수 있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시작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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