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재미있게 봤던 영화가 있습니다. 2015년 개봉했던 영화 <인턴(The Intern)>인데요, 좋아하는 배우 앤 해서웨이(줄스 오스틴), 로버드 드 니로(벤 휘테커)의 단짝캐미도 좋았지만, 제게 인상깊게 기억에 남았던 것은 아내가 여성 CEO로 역임을 다 할 수 있도록 육아와 집안일을 도맡아하는 남편이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보다는 서양에서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는것이 더욱 보편화되고 일반화 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확실히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해 봤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것은 축복입니다. 그리고 그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는것은 더 큰 축복입니다. 육아는 엄마든 아빠든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두려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육아는 돕는게 아니라 함께하는 것입니다." 

라고 저자인 "육아빠 정우열"님은 프롤로그에서부터 강조하고 있습니다. ^^


이 책을 읽게 된것은 얼마전 서평을 썼던 <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에 관심을 갖고부터입니다.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더니 같은 작가의 책이라 그랬는지 서가 바로 옆에 꽂혀있어 우연히 책제목에 눈길이 갔습니다.  이렇듯 우연한 계기로 알게되었고, 읽게 되었습니다. <아빠가 나서면 아이가 다르다>는 먼저 읽었던 <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보다 2년 먼저 출간되었던 책이더군요. 저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우열님입니다. 엄마들 사이에서는 육아하는 아빠라는 뜻의 '육아빠'로 알려진 파워블로거 입니다.


이젠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가정경제의 주축이 남편중심에서 부부중심으로 변하게 되었고, 요즘아빠들은 공식적으로 양육에 있어서는 뒷전이었던 이전세대의 아빠들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육아에 동참할 수 밖에 없는 '아빠참여'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을 "슈퍼맘"이라는 '명예'로 멋지게 포장하고 오히려 그들에게 일과 가정이라는 '멍에'를 지어줬다. 하지만 슈퍼맘이라는 표현은 여성이 슈퍼맘이 되기를 은연중에 기대하는 남성위주의 사고방식 때문에 생긴 허상일지도 모른다.

-정우열<'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 중에서..>

이제 아빠육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아빠가 육아에 동참하면 그만큼 엄마가 재충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이는 엄마가 아이를 돌볼 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인 민감성이 높아지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이를 연결하여 설명하자면, 앞선 서평 '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에도 적었던 "민감성, 반응성, 일관성"이 아이의 안정적 애착형성을 위해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아이의 요구에 민감하게 파악하고, 적절한 반응을 해주며, 엄마의 감정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지 않는 일관된 태도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엄마의 몸과 마음이 피곤에 쩔어있다면 그 영향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가는것이니, 아빠들의 육아동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겠죠?


며칠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제가 집안일을 하는 동안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는데, 자꾸만 제 옆으로 와서 몸을 치데고 보챕니다. 밥을 먹는동안에도, 빨래를 하러 세탁실에 갈 때도 졸졸 쫓아다니기에 남편을 불러봅니다. '자기야. 애들좀 데려가'그런데 남편은 본인이 아이들을 데리고와봐야 어쩔 수 없는데 왜 자꾸 자기를 부르냐고 합니다. 애들이 엄마에게 혼이라도 나면 그때나 아빠를 찾는데 지금은 자기가 불러봐야 소용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우리의 결론은 내가 계속 애들을 혼내는 거겠네?" 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남편이 멋쩍게 웃어보입니다. 

사실 제 남편이 육아에 전혀 동참을 안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오히려 첫아이를 출산했을 때는 저보다 육아참여도가 훨씬 높았습니다. 다만 이제는 제가 전업주부로 돌아서고, 그동안 아빠가 참여했던 부분을 저혼자 해내다 보니 결국 육아감을 잃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동발달의 잊혀진 공헌자 "아빠"(케임브리지대학교 마이클램 교수)

그는 그동안 간과해온 아빠들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연구를 했는데, 아빠를 능동적으로 양육하며 돌보는 부모로 보았고 아이가 엄마와는 다른 형태의 피드백을 아빠로부터 얻을 수 있어 균형있는 발달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아빠효과"(심리학자 로스파크)

아이의 심리적 성장발달에 미치는 아빠고유의 영향을 개념화 했다.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는것"입니다. 아빠효과의 상당부분은 놀이효과에 연관되어 있는데, 아빠가 해주는 놀이는 엄마놀이와 다른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가장 큰 차이는 아빠의 힘과 과감함으로, 아빠와 신체활동을 충분히하면 아이는 신체적으로 쌓여있던 에너지를 발산하고 이런저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신체활동으로 해소하게 됩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인 아빠를 상대로 이긴다는 것은 극도의 성취감을 맛볼 수도 있는, 아이에게 놀이는 스트레스 해소의 수단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와의 놀이는 순수하게 노는것 차체가 목적이어야지 엄마들의 욕심처럼 학습을 위한 수단이 되면 안되는 것입니다. 맞아요. '놀이학습'이라는 말도 생겨났듯이 엄마들은 놀이도 학습으로 연관시켜 뭐라도 가르치려 드는데, 반성하게 됩니다.


아빠가 아이와 친해지는 방법은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함께 노는것다음으로 권하는 방법이 아이의 목욕은 아빠가 시키는것 입니다. 그저 단순히 목욕이라 생각하겠지만 이것은 아내의 산후 관절보호와 함께 아이와의 깊은 교감을 느낄수 있고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할 수있는 장점이 많은 활동입니다. 제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큰아이를 출산했을 당시에는 사실 엄마인 저보다는 아빠가 적극적으로 육아에 관여를 하고 동참했습니다. 저는 성장하는 동안에 아기나 나이터울이 큰 사촌동생을 가까이에서 보고자랄 기회가 없었는데, 남편이 사춘기시절 갓태어난 사촌동생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함께지내, 어린 신생아를 안아주고 만지는데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그에 반해 저는 아직 안아주는 방법도 서툴고 뭔가 불안함과 무서움이 항상 있었습니다. 산후조리원을 나와 시댁에서 한달정도를 함께 지냈는데, 나의 서투르고 어색한 행동에 처음에는 시어머니가, 그 후에는 남편이 우리 첫아이의 목욕을 도맡아 했었습니다.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 아이가 갑자기 분수토를 하는 바람에 남편 퇴근때까지 기다릴 수없어 어쩔수없이 초긴장상태로 저혼자 목욕을 시켜보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바꾸어 생각해 보자면 아내들은 남편이 못미더워 아이를 맡기는것을 조심스러워 하는데, 남편육아의 초고속 업그레이드 방법은 어쩔수없이 혼자밖에 할 수 없게 만드는 상황일 것입니다. 물론 쪼그려 앉기도 힘든데 덥고 습한기운의 욕실에서 아이를 목욕시키는 것은 아빠들에게 진땀나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더디고 신경쓸일이 많아 힘들지는 몰라도 익숙해지면 아이와 즐길수 있는 최고의 놀이가 목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아내가 먼저 아빠육아에 확신을 갖는것이 중요하겠죠. 육아는 동참이 아닙니다. '동참'이라는 말에는 이미 주체가 아닌 돕는자라는 뜻이 숨어있습니다. 변화하는 사회에 적합한 표현은 육아에 동참하는 아빠가 아닌 "육아하는 아빠"인 것 같다고 저자는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육아에 도움을 주는 것에 아내가 특별히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는다해도, 고맙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것은 동등하게 육아를 해야 한다는 인식때문인 것입니다. 물론 칭찬은 고래는 물론 남편도 춤추고 움직이게 만들지만 말입니다.^^


소위 남자들은 여자보다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합니다. 육아에 있어서 '공감'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에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조건적인 공감, 섣부른 공감이 아닌 진정한 이해과 관찰에서 나오는 공감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우리 큰아이는 작은아이가 울고 있을때면 옆에 다가가 '어이구, 그랬쪄요?' 하고 혀짧은소리를 내며 동생을 토닥여줍니다. 동생이 울고 있을 때 엄마가 이런 행동을 하니 울음을 그쳤다는 것을 그대로 보고배운것입니다. 어설프게 엄마를 흉내내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지만, 문득 내가 그동안에 먼저 상황을 관찰하고 파악하기보다 '무조건적인 공감'에만 몰두했었나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렇지만 공감을 받아 본 아이가 다른사람을 공감 할 수 있다는 말에 위로삼아 봅니다.


공감을 받으면 힐링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깊이 공감하게 되면 신기하게도 나 자신도 공감을 받는 것 같은 느낌도 받게 됩니다. 내가 누군가를 공감할 수 있듯이, 그렇게 나도 공감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부부간에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를 공감해주는것이 중요한가 봅니다.


완벽한 아빠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충분히 좋은엄마, 충분이 좋은아빠면 됩니다. 여기서 충분하다는 것의 핵심은 늘 아이와 붙어있는 것이 아니고, 아이 곁에 있을 때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며 아이를 충분히 지지해 주는것을 뜻합니다. 아이와 함께있는 퇴근 후, 또는 주말에 소파에 매미처럼 붙어 TV만 보고 있거나 방문을 닫고 들어가 컴퓨터만 하기보다는 아이 옆에서 아이의 필요를 채워주려 노력하고, 아이가 세상을 탐색하다 좌절하거나 화가날 때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바로바로 반응을 해주는 아빠가 되면, 아이에게 가장 큰 편안함을 주는 '충분히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디선가 봤는데, 육아멘토 오은영박사도 아빠는 놀이의 시간보다는 놀이의 질에 집중하라고 같은얘기를 했습니다.


워킹맘의 경우도 같습니다. 워킹맘의 경우는 아이를 맡겨야 하는 죄책감을 갖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엄마의 취업자체보다는 아이를 누가 대신 봐주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워킹맘이라고 지나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맞벌이의 경우 아이들이 조부모의 손에 맡겨지는 경우가 많은데, 조부모님들도 고령이다보니 신체적부담과 함께 또다른 손주를 봐줘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을 갖는다고 합니다. 저희 시어머니가 친구분들과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가 떠오르는데, 어머니 친구분이 손주를 돌보게 되었는데, 그때 다른 친구분들이 입모아 이렇게 얘기해셨다고 합니다. "이제 니 시절은 다 갔다. 쯧쯧."

손주를 봐준다는것은 육아방식과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자녀와 갈등을 겼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복잡하고 조심스럽다고 합니다. 손주를 돌보느라 상대적으로 남편에게 소원해지다보니 이로인해 부부갈등까지 생긴다고 합니다. 


저희 이모는 사촌오빠네 아이들을 봐주십니다. 사촌오빠가 이모의 아들이 아니고, 이모의 조카니까 친손주가 아닌 아이들을 봐주시는 거죠. 언니와 오빠는 맞벌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아이돌보미가 필요한 상황이고, 아이들은 모두 세명입니다. 일주일에 삼일은 오빠네서 잠도 자고오는 상주육아 도우미가 되어 오빠네서 월급을 받는데, 오빠와 새언니는 모르는사람을 도우미로 쓰는것보다 안심도 된다고 계속 이모의 손을 빌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가끔 뵙게되는 이모가 확확 늙는게 보이네요. 이모부도 일주일에 반은 홀아비처럼 혼자 지내게 되는건데, 진짜 경제적인 보상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저렇게 못하지 싶습니다. 

저도 첫아이를 출산하고 6개월 뒤 회사에 복귀하는 시점에서 저희 시어머니께 아이를 맡기고 출근을 할까 가족회의를 했었는데, 당시 어머니가 일을해서 벌고있는 돈이 저희가 드리려던 돈보다 많아 애봐달라는 말을 쑤욱 삼켰다는 슬픈 이야기를 덧붙입니다.ㅠㅠ


이처럼 조부모님께 아이를 맡겨야 한다면 가족이라는 이유로 모른체 마시고, 경제적 보상은 필수, 휴일과 퇴근도 꼭 보장해주셔야 합니다.


혹시 분리개별화 단계, 재접근기에 대해 아세요?

분명히 혼자 잘 떨어져 놀았는데, 어느날 부턴가 아이가 무섭다며, 또는 아무이유없이 울고 안아달라고 합니다.


엄마와 아이의 상호작용을 잘 설명한 대상관계 이론가 마거릿 말러는 생후 16~24개월인 이 시기를 '재접근시기'로 명명했습니다. 생후 10~15개월에 내가 가고싶은 곳을 마음껏 다니며 탐색하는 시기를 거치는데, 그 이후에 찾아오는 의존과 독립이 공존하는 심리적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시기를 재접근기라고 합니다. 아이가 이시기를 잘 해결해야 다음시기인 생후 24개월이후의 대상항상성 시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합니다. 대상항상성이란 엄마가 당장 내 눈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엄마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고 확신하는것, 즉, 진정한 의미의 독립을 일컫는다고 하네요. 요즘들어 혼자 잘놀던 우리 둘째아이가 이유없이 자꾸 안아달라고 팔을 뻗고 보채고, 또 어떤때는 하고싶은데로 하는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받아줄 여력이 없을 때는 왜그러냐며 아이에게 짜증을 냈는데,  아이는 정상발달과정 중 이 혼란스러울수 밖에 없는 시기를 겪고 있는것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재접근기에 접어든 자율과 독립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아이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저 안아달라면 충분히 안아주고, 손을잡고 걷자하면 손잡고 같이 걸어가주면 된다고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자연스럽게 부모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마음속 깊이 품게된다고 합니다. 


먼저읽었던 '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과 '아빠가나서면 아이가 다르다'는 작가가 같다보니 두 책의 몇몇 내용은 동일합니다. 제 경우는 먼저 '육아감정'을 읽으면서 '엄마의 감정을 다스려주는 책이라는데 왜 육아방법에 관해 설명하지?'싶은 부분이 있었는데, 두 책을 모두 읽어보니 조금은 이해가 되는 면이 있었습니다. 정신과전문의인 저자는 아이를 양육하는 사람이라면 육아 및 아이의 심리와 관련된 전문지식이 필요하기에 이 책을 썼다고합니다. 코믹한 삽화가 함께 그려져있어서 인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남편의 친구가 5개월전쯤 첫아이를 낳았는데, 제가 육아에 치여 지내다보니 같은동네에 살고있어도 그집 와이프와는 아직 만나보지를 못했습니다. 그 남편의 무뚝뚝한 성격을 익히 알기에 아이가 태어나서 육아는 어떻게 할까 궁금했습니다. 전해들으니 본인은 애를 못 보니까 돌지나고부터나 봐주겠다고 아내에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그말을 전해듣고 어찌나 어처구니가 없고 화가났는지 모릅니다. 물론 요즘아빠들 힘든것 알고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가정적인 남편이 환영을 받는것도 사실입니다. 그 친구의 말이 진심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지만, 첫출산은 엄마가 되는것도 아빠가 되는것도 누구나 처음입니다. 육아는 각자가 아니라 부부가 연합해서 함께 해야하는것임을 빨리 깨닫길 바랄 뿐입니다.


육아관련 도움서적을 원하는 분들이라면 읽어보면 좋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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