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잡이인 우리 부부는 큰아이가 태어나고 딸랑이를 잡고, 손을 쓰게 될 무렵부터 왼손을 먼저 뻗고,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아이가 왼손잡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바람이 잘 통했던 걸까요?

아이가 왼손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 즉각적으로 고쳐주지 않아서인지 아무튼 지금은 확실한 왼손잡이 아이가 되었습니다.


육아 관련 도서를 보면, 아기가 오른손보다 왼손을 더 많이 써서 고민이 된다는 상담 글들이 있는데, 여기에 답변은 이렇습니다.


아기가 12~24개월이 되면 왼쪽 손가락을 빤다거나 물건을 잡을 때도 왼쪽손을 먼저 뻗는 등 한쪽손을 많이 쓰는 경향을 보입니다. 하지만 이시기는 '이행기'이기 때문에 어느손이 우세손인지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왼손을 먼저 썼어도 시간을 두고 지났을 때 오른손으로 바뀌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주로 사용하는 손은 잘 바뀌지 않습니다.

아기가 왼손잡이가 될지, 오른손잡이가 될지는 선천적으로 타고난다고 합니다. 아기의 뇌에 이미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 입력되어 있어, 부모가 특정손을 더 많이 사용하도록 유도를 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큰아이는 늘 왼손을 뻗어 사용했던 반면, 둘째아이는 오른손을 주로 뻗어 사용했고 두아이 모두 지금까지도 우세손이 바뀌지 않은것을 보면, 선천적으로 타고난다는 말이 맞는것 같습니다. 


<이미지출처:세계왼손잡이협회>


세계 왼손잡이의 날이 있는거 아세요?

매년 8월 13일은 "세계 왼손잡이의 날"로 제정되어 전 세계 왼손잡이의 인권을 신장하고 왼손사용의 편견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날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마이크로소프트(MS)창립자 빌 게이츠, 오프라 윈프리, 나폴레옹, 레오나르도다빈치, 미켈란젤로, 퀴리부인, 뉴턴까지 이들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왼손잡이로 꼽힌 인물들이라고 합니다.


얼마전 종영한 tvN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도 주인공이었던 '김제혁 선수'가 왼손잡이 투수로 설정되었었는데, 우리나라 야구계에 왼손잡이 스포츠 스타들이 있는데, 이승엽, 추신수, 최희섭, 류현진씨만 제가 아는 인물이네요. 야구는 제가 잘 몰라서, 죄송합니다. :-D


이렇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이 많지만, 막상 왼손잡이인 큰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또 유치원에 진급하면서 우리부부도 왼손잡이면 불편할까 하는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요즘에는 왼손잡이의 장점이 많이 알려지면서 왼손을 사용하면 우뇌가 발달하여 창의력이 뛰어나다, 양손모두를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면 좌뇌와 우뇌가 함께 발달하여 머리가 더 좋아진다는 얘기도 있잖아요.


<이미지출처: 세계왼손잡이협회>


왼손잡이라 가위사용이 불안하고 걱정돼요 .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가위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어렵지 않은 도형을, 아니 직선을 자르는 것도 영 버벅거리고 힘들어했습니다.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있자니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아 답답한 마음에 아이를 책상에 붙들어 앉히고는 가위질 연습을 시키고는 했습니다. 우리아이도 제 맘대로 깨끗이 잘리지 않는게 힘들었는지, 나중에는 가위를 거꾸로 잡아 가윗날을 가슴으로 향하게 안쪽으로 들고는 가위질을 하는게 아니겠어요?

그러던 어느날, 문득 아이처럼 아이가 사용하는 가위를 들고 왼손으로 가위질을 해보고는 아차 싶었습니다. 엄마인 제가 왼손으로 잘라도 오른손으로 자른것처럼 말끔하게 잘리지 않았던 겁니다. 당시 사용한 가위는 어린이용 안전가위였습니다.


평생 오른손만 사용했던 저는 왼손잡이용 가위가 따로 있다는 것을 이때만해도 몰랐던 겁니다.


이 사실을 깨우치고 난 뒤 어린이집에 우리 아이용으로 왼손가위를 따로 준비해서 보낼까도 생각해 봤지만, 그냥 가위는 오른손을 사용하도록 가르쳐보자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오른손으로 가위질을 시키면 잘하겠지 싶었던 제 생각과는 다르게, 아이가 더 혼란스러워 하더군요.


이제 7살이 된 우리 큰아이는 여전히 왼손으로 가위질합니다.

다행히 점차 가위질이 익숙해 져서, 유아용 안전가위를 벗어나니 오른손잡이로 규정되지 않은 양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가위가 시중에 많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왼손잡이 아이의 태권도 발차기, 지르기, 격파

활동량이 많은 남자아이의 운동량을 채워주기 위해 태권도를 보냈습니다. 아직 유치부의 태권도는 놀이수업 위주기 때문에 한시간 열심히 뛰고 나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태권도는 모두 알다시피 흰띠부터 검정띠까지 단계가 많은데, 요즘에는 노랑띠, 초록띠, 빨강띠 사이사이에 태극띠가 추가로 있어 태극노랑띠, 태극초록띠 등 무척 띠종류가 다양해졌습니다. 승급심사나 체력평가를 통해 도장에서 아이들 띠를 바꿔주는데, 이게 별거 아닌것 같아도 아이들이 무척이나 기다리고 성취감을 느끼는 활동입니다.


아이가 처음으로 승급심사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승급심사를 할 때 따라가야하나, 말아야하나를 주변에 물어볼 정도로 무지했는데요, 그날은 발차기와 송판격파로 승급심사가 이루어 졌습니다.

아이가 심사를 받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보여줬더니, "얘는 왼손잡이인데 격파를 오른손으로 시키네? 발차기는 왼발부터 나가는데 격파는 왜 오른손으로 시키지?" 라고 하더군요. 그제야 그게 이상하다는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그렇게 그 일을 지나쳐버리던 중, 태권도 수업모습을 사범님이 촬영해 공유해 주셨습니다.

그제야 다시 그때일이 생각나 이제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사범님. 왼손잡이 아이는 발차기나 지르기, 격파 이런 동작 왼손으로 하나요?"하고 물었더니, "발차기, 지르기, 격파는 양손, 양발을 다 배우기 때문에 상관없습니다. 한손, 한발만 배우지 않습니다. 그리고 격파는 자신있는 손발을 주로 사용합니다." 하시네요.


수학풀이 때문에라도 오른손으로 교정하세요.

엥? 이게 무슨소리인가 싶으시죠?

우리 큰아이의 친구 중 왼손잡이인 여자아이가 있는데, 그아이가 다니는 학습지 공부방선생님이 한 얘기라고 합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수학공식의 풀이가 길어지면 왼손잡이는 문제풀이 부분이 팔로 가려져 팔을 들어가며 확인해야 한다고 했답니다.

제게 이 말을 전해준 그아이 엄마는 심히 걱정스러워 하며, 오른손으로 다시 교정을 해줘야 하나 심히 걱정하더군요.


글씨를 쓸때도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쓰는 획순이 다릅니다. 

사실 그게 걱정거리인가 싶었지만, 그냥 그 엄마와 저는 교육성향이 다른걸로 치고 넘겼습니다.


옆자리 짝꿍이 불편하다고 하니 오른손으로 교정시키시죠.

시어머니께서 큰아이가 글씨를 쓰는 모습을 지켜보시더니,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내가아는 누구네 집이 있는데, 그 집 손주가 왼손잡이래. 그런데 하루는 담임선생이 아이엄마한테 전화를 했다는거야. 짝꿍이 왼손잡이 그 집 손주 때문에 불편하다고 한다고 오른손으로 글씨 쓰는걸 가르치라고 했데." 이 얘기를 들은 저와 남편은 그런일로 부모에게 전화를 했다는게 좀 의아했습니다. 사실 어이가 없었다는 표현이 좀 더 맞겠네요. 


물론 왼손으로 글씨를 쓰다보면 공책방향도 틀어지고, 노트를 하기위해 공간을 조금 더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오른손잡이가 아닌게 마치 정답이 아닌것인것 마냥 대했다는 사실에 좀 불쾌했었던 것 같습니다. 

옆에서 듣고있던 남편이 한마디 합니다.

"그 선생이라는 사람 좀 웃기네. 아이들이 왼손, 오른손이 부딪쳐 불편하면 애들 자리를 바꿔 앉히면 되는거지, 그걸 오른손사용하게 가르치라고 학부모에게 전화를 하냐."

이 말에 저도 동감합니다.


무리하게 아이가 사용하는 손을 교정하려고 스트레스를 주기보다는 다양한 활동으로 양손을 모두 사용하게 해주는 방법이 더 현명한 방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생활의 대부분이 오른손잡이에 맞춰져 있다보니, 화장실에 놓여진 휴지걸이나 쓰레기통의 위치처럼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도 생활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왼손잡이가 나쁘거나 잘못된것은 아니잖아요.

어떤 댓글에서 어렸을 적 밥상머리에서 왼손을 사용한다고 아버지께 숟가락으로 머리를 때려 명석했던 두뇌가 그때부터 점점 나빠진것 같다고 남긴 내용을 보고는 웃어버렸네요.

괜히 다른사람에게 지적받을까봐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위축될 수 있으니, 다름을 인정하고, 편하게 놀이하고 양손을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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