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는 요가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동안 운동이라고 하면 아파트 주변 수변공원을 걷는 정도였습니다. 운동이 참 많이 부족한 상태에서 둘째아이를 출산하게 되고, 독박육아를 하다보니, 지치고 찌든 일상과 변해버린 몸매, 문득 삶 자체가 우울하게 느껴지더군요. 아가씨 때는 몸을 곧게 펴고 당당하게 걸어다녔는데, 한동안 아이를 안고 다니게 되다보니 언제부터인가 등이 너무 아프고 심지어 등이 굽는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등이 굽지는  않았겠지만, 살이 쪄서인지 언젠가부터 등이 늘 뭉치고 뻐근한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다른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첫째아이를 낳고 4년이 지났지만 몸매가 예전으로 완전히 돌아가지 않은 상태였는데, 둘째까지 임신하게 되니, 첫째때 만큼은 쪄서는 안된다는 강박때문에 임산부임에도 음식을 조절하게 되더군요. 둘째아이를 낳고서는 첫째때보다 이미 불어서 시작한 몸뚱이 더 악착같이 빼서 예전몸매 되찾으리라 각오하고 1일 1식도 하며 다이어트를 해봤지만, 어느 수준 몸무게가 빠지더니 더이상 빠지지 않는 내안의 지방덩어리들이 골치였습니다. 출산을 하고 예전모습보다 더 예쁘게 관리된 모습으로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은 역시 연예인들이구나 생각도 해보고, 몸이 재산이니 빼야겠지 괜히 비꼬아 생각도 해봅니다. 요즘 밖에서 보는 엄마들도 다들 왜그렇게 날씬하고 예쁜지 내 자신을 탓하고 속상해 하고는 합니다.

 

어느날 남편에게 "자기야 나 요즘 등이 굽나봐. 자꾸 어깨가 쭈구리 같이 좁아져." 이런말을 하고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매일 아이들 자존감을 키워야 한다고 외쳤는데, 엄마인 내 자존감은 언제 부터 이렇게 바닥에 떨어졌을까요? 일단 나부터 자존감을 회복해야 우리집이 화목해질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홈트레이닝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이게 매일하게되지도 않고, 아이가 주변에서 돌아다니면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더라구요. 몇푼이라도 돈내고 배워야 더 빠지지도 않고 잘하겠지하는 생각에 문화센터 수업을 알아봤습니다. 예전에 요가는 몇번 해본적이 있었는데, 몸을 늘려주게 되니 너무 시원하고 자세가 바로서는 것 같아 좋은 기억이 있었어요. 근처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힐링요가&필라테스수업이 있어 저녁타임으로 신청을 했습니다. 보통 주부들은 낮시간 아이들을 보육기관에 보내고 문화센터수업을 많이 하는데, 아직 둘째아이를 집에서 데리고 있기 때문에 남편이 퇴근해야 제가 운동을 하러 나갈 수 있거든요. 그래서 평일 제일 마지막타임으로 수업을 신청했어요.  


그런데 첫수업 시간부터 멘붕이었어요. 

겨울학기 시작 첫날이라 당연히 처음 오신분들이 많아 쉬운동작부터 하겠지 생각했는데, 왠걸요. 아주 온몸을 비틀며 동작을 시키는데, 굉장히 당황했었답니다. 요가선생님이 본인 수업은 체형교정수업이라 초급자 중급자 뭐 이런식으로 레벨을 분류하지 않고 동작을 시킨다고 하네요. 첫 시간부터 어깨서기 동작(살람바 사르반가아사나)를 했습니다. 어깨서기는 아래사진같이 하는 요가동작인데, 이렇게 거꾸로 서기동작만 해줘도 혈액순환과 몸의 코어(중심잡기)를 바로잡기에 도움을 주는 동작이라고 합니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집에 돌아와 다음날 등근육이 안쑤시는 곳이 없더군요. 수업 전에는 등이 안펴지는 느낌으로 지냈다면, 이젠 등을 구부리면 그 근육이 더 아파서 어쩔 수 없이 등을 펴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그런 느낌 아시죠? 아픈데 시원한 느낌이 오더라 이겁니다. 웃기게도 마치 등이 굽은것처럼 펴지지 않아 고민이었는데, 굳은몸을 풀어주고, 등을 쫙쫙 펴지게 운동을 시켜주는 요가수업이었습니다. 우연히도 제게 잘 맞는 수업을 찾은셈입니다.


그런데 질방귀라고 들어보셨나요?

첫수업에서 요가선생님이 얘기하길 여자는 요가 중 질방귀가 나올 수 있는데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부끄러워 하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처음엔 생소한 단어에 그게뭐지 싶었습니다. 그동안은 특별히 그런일이 없었는데, 얼마전부터 새로들어간 동작 후 방귀가 나와 걱정입니다. 부끄러워 하지 말래도 그냥 좀 창피해요. 바로 그 요가동작이 바로 물구나무서기(살람바 시르시사나)입니다. 예전에 이효리씨가 방송중에 바닥에 머리를 박고 천천히 다리를 들어 물구나무서기를 보여줬었는데, 바로 그 동작이예요. 저는 이제 요가를 배운지 1달밖에 안됐는데, 벌써 물구나무서기라니요!! 깜짝 놀랐지만, 살람바 시르시사나 동작은 몸의 중심(코어)을 바로 잡으려고 계속 노력하면 된다고 합니다. 천천히 동작에 집중을 해보지만 머리속 한켠으로 방귀가 또 나올까봐 노심초사입니다. 항문과 엉덩이를 조여 힘을 주며, 근육을 단련해 줘야 한다는데, 평정심을 유지하며 동작하기가 아직 제겐 무리인가봅니다. 애낳고 운동하려니 이제 별게 다 신경쓰이네요.


아이를 출산했기 때문에 골반이 틀어져있어 요가동작 중 골반교정과 다리자세에 대해 얘기를 많이 듣는 편이예요. 다리에 힘을 어떻게 주느냐, 어떻게 땅을 지지하고 서느냐가 체형교정에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습니다.

체형교정수업으로 틀어진 골격이 맞춰지고 체형이 변하면서 또 요가자세도 더 예뻐지고 자세도 바뀌게 된다고 합니다.


겨우 일주일에 두번, 50분의 수업이지만, 되도록 빠지지않고 다녀보려합니다. 그 시간이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나를 위한 투자와 짧지만 독박육아의 탈출구가 돼어버렸습니다. 혼자 아이들 돌보느라 애쓰는 우리 엄마들, 낮에 시간이 되지 않는다면 저처럼 남편 퇴근후의 시간을 활용해 보세요. 저처럼 운동이 아니어도 스스로를 위한 무언가를 시작해 보는건 어떨까요? 저녁시간이라 생각보다 여유롭고 하루를 마무리 하기 참 좋습니다.


어느새 낮게 깔려버린 내 자존감아, 언니가 노력중이니까 꼭 돌아오길 바래.

당당하게 등펴고, 가슴펴고 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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